정오의 한 끼

분홍 소시지전, 맛이 아니라 추억으로 먹는다.

달코인 2022. 1.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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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무척이나 고급진 반찬이었던 분홍 소시지 전을 잘 아시지요?  7080 세대라면 잘 아는 분홍 소시지는 요즘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하면 어떤 아이들은 '이게 무슨맛이야'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짙은 햄의 맛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먹는 분홍 소시지는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안 먹어본 탓에 생소하게 느끼는 아이도 있다고 합니다. 모두 먹을 것이 풍족한 아이들의 입맛은 또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정말 많은 종류의 다양한 햄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슬라이스 햄. 부어스트 햄, 비엔나 햄, 수제햄. 수도 없이 맛도 다양하고 성분도 알찬 햄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이 옛날 버전인  분홍 소시지를 먹지 않아도 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버릇처럼 분홍 소시지를 장바구니에 담고 집으로 와서 간단하게 약간의 소금을 뿌린 풀어놓은 계란에 이 소시지를 담갔다가 후라이팬에 전으로 구워내곤 하지요. 솔직히 말하면 별다른 맛은 없습니다. 하지만 쉽게 이 분홍소시지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네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분홍 소시지에 계란을 입혀서 전으로 만들어 먹는 소시지전.

p.s 사진 무단 도용 금지 합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딱 이렇게 바닥이 나무로 된 교실안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이야 히터를 학교 교실에 틀어주겠지만 지금의 전기 제품이 없던 시절이니  기댈 곳이라곤 교실 중앙에 놓인 난로 하나였죠. 우리 할머니는 도시락을 싸 주실 때 빨간 고추장과 마른 멸치. 그리고 계란 프라이 하나를 해서 노란색 양은 도시락에 싸주셨습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거의 메뉴는 바뀌지 않고 늘 고추장은 몇 날 며칠이고 반찬으로 따라다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고추장이 다른 집에 비해 무척이나 달고 엿처럼 단맛이 있어서 반 친구들이 내 도시락에 있는 고추장을 조금씩 떠가서 자신의 밥을 비벼먹곤 했습니다. 할머니의 고추장이 반에서 그렇게 인기를 끌게 될 줄은 저 자신도 상상을 못 한 일이었죠. 도시락을 잘 싸온 아이들은 계란말이나, 이 소시지 전이나 바삭바삭한 김을 은박지에 싸서 가져옵니다. 당연히 제 고추장을 가져가려면 친구들은 자신의 소시지를 일부 내놓았어요. 그렇게 '소시지'는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아무나 반찬으로 싸 가지고 다니는 평범한 반찬은 아니었죠.

궁금하다.
1. 분홍 소시지는 소시지인가? 아니면 어묵류인가? 에 대한 분류.

일반적인 분홍소시지는 '소시지류'에 속한다. '소시지류'라고 함은 식육을 염지 또는 염지 하지 않고 분쇄하거나, 잘게 갈아낸 것이나, 식육에 다른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첨가한 후 훈연 도는 가열 처리한 것이나, 저온에서 발효, 숙성, 건조처리한 것을 말한다. (육 함량은 70% 이상, 전분 10% 이하)
- 자료 <축산물품질평가원> www.ekape.or.kr

 
'소시지 맞아? 맛이 텁텁해. 밀가루 같아, 어묵 아니야?'라고 소시지의 정체성을 의심했던 사람도 있고,  '옛날 소시지는 소시지가 아니라 어묵입니다. 소시지 모양에 돼지고기의 향을 덧댄 찐 어묵입니다'라고 말한 맛칼럼니스트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분홍소시지는 #소시지로 속한다고 합니다.

어릴적 추운 겨울 따뜻한 난로위에는 늘 있던 친구들의 양은 도시락.

 
소시지 반찬이 없는 아이들에겐 소시지는 고급진 반찬이었는데 그 어릴 때의 기억이 지금도 계속 머릿속 어딘가에 잔상으로  남아 분홍 소시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른 어느 소시지보다도 매우 저렴한 소시지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분홍 소시지의 주요 성분은 생선살. 밀가루, 전분을 혼합, 약간의 돼지고기, 조미료, 착색료입니다.

2. 햄과 소시지의 차이점은?

소시지는(sausage)란 으깨서 양념한 고기를 돼지 창자나 인공 케이싱에 채워 만든 가공식품. 햄(ham)은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여서 훈제한 가공식품으로 원래는 돼지의 넓적다리 살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그 외의 부분도 활용하여서 만들고 있다.
출처 - 국어사전적 정의.
지금은 추억과 함께 먹는 반찬이 된 분홍소시지전.

 
저는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며 먹고, 아마 남편도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는 그저 엄마가 주는 반찬이니  먹는 것이고요. 남편도, 어릴 때는 너무 어렵게 자라서 점심시간에 밥 대신 물로 배를 채운 적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그렇게 어렵게 살았던 보릿고개 같은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속에 잘 나가던 소시지였기에 지금도 더 많은 고급진 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해 먹는 것 같습니다. 소시지에 아이들의 생각, 도시락의 추억, 배고팠던 기억, 어려웠던 환경들이 모두 모두 떠 오르는 소시지는 맛보다는 추억으로 먹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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